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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YouTube 시대는 숫자와 생활양식 모두에서 ‘기정사실’로 굳었고(도달 4,430만·인구 대비 85.6% 수준, 성인은 88% 사용), 뉴스 소비까지 대거 이동하며 방송·언론·광고의 좌표계를 다시 그렸다. 다만 이 구도는 창작 생태계의 기회와 함께 알고리즘·허위정보·청소년 보호·광고투명성 같은 규범적 비용을 키우고 있어, ‘플랫폼-언론-정부’ 삼각관계의 투명성 재설계 없이는 내구성이 흔들릴 공산이 크다. ‘다큐인사이트’가 던진 화두들 🎬김프로·침착맨·핑크퐁이 등장하는 KBS 특집 다큐는, 선두 크리에이터·키즈 IP·스트리머 생태가 한 화면에 겹친 지금의 미디어 권력지도를 꽤 솔직하게 보여준다. 2005년 상륙 이후 ‘하위문화의 플랫폼’이던 유튜브는 케이블·신문의 유통권을 흡수하며 뉴스·오락·교..

기획재정부는 2026년 법인세 수입을 86조5474억원으로 추계하면서 컨센서스·뉴스·주가·재무제표를 먹여 돌린 AI 예측값을 반영했고(전년 대비 약 3.6% 증가), 세수추계위원회에 민간과 업종 전문가·한국은행을 끌어들여 가정치 논의를 전면화했다. 동시에 총지출 728조원 예산안이라는 확장적 톤 안에서 AI·R&D에 대규모 배분을 걸어 ‘모형의 뒷배경’까지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공표했고, 감사원 감사 예고 속에 “낙관치 올려치기” 비판과 “정확도 개선” 약속이 맞물린, 기시감과 전환의 경계선에 서 있다. 장면 세팅정부는 내년 법인세를 86조5474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9803억원(약 3.6%) 늘어난다고 추계했고, 이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상반기 기준 8% 개선된 흐름을 반영한다는 설명과 함께 AI 보정치..

요점부터 말하자면, 외국인 주택 소유자는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약 1만7천 명 늘어 82,666→99,839로 +20.7% 상승했고, 12억 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도 546건으로 전체의 18.8%를 차지해 이슈가 ‘체감’과 ‘상징’ 모두에서 커졌다. 다만 총량 기준으로는 외국인 보유 주택이 약 10만216호로 전체 주택의 약 **0.52%**에 머물러 ‘시장 전체’가 아니라 ‘핫스폿·고가 구역’에 편중된 충격이라는 점이 정책 디자인의 관건이다.“현금은 말이 없고, 데이터는 말이 많다”2022년 말 대비 2024년 말 외국인 주택 소유자는 82,666명에서 99,839명으로 2년 간 17,173명 증가해 20.7%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가 거래는 12억 원 이상이 546건(18.8%)으로, 30억~50..

🏛️ 권력과 법복 사이"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고 액턴 경(Lord Acton)이 말했지만, 그가 21세기 한국의 종교권력과 사법권력의 기묘한 결합을 목격했다면 아마 "모든 변호사는 전관이 되고, 모든 전관은 로비스트가 된다"라고 덧붙였을 것이다. 2025년 9월 3일, KBS가 단독 보도한 내용은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빅 브라더가 법정을 지켜보는 듯한 섬뜩함을 자아낸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이 민중기 특별검사를 직접 만나 25분간 '친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통일교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변호인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오래된 게임🎪 "..

달러의 ‘정치화’ vs 증시의 ‘금리 인하 랠리’—같은 판에서 다른 춤을 추는 두 개의 신호파이프라인과 불꽃놀이유럽 시스템 리스크 위원회(ESRB) 행사에서 애덤 포센(PIIE)이 던진 돌 한 장이 수면을 흔든다. “연준의 달러 스와프 라인을 당연시하지 말라”—그 말은 관성의 정치를 수리공의 언어로 뒤틀어 놓는다. 같은 날, UBS는 정반대의 표정을 짓는다. “연준이 네 번, 총 100bp를 내릴 테니 주식 비중을 늘려라. S&P 500은 내년 6월 6,800.” 한쪽은 소방호스가 잠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다른 쪽은 불꽃놀이를 더 보자고 권한다. 둘 다 틀리기 어렵고, 둘 다 완벽히 맞기도 어렵다. 금융은 늘 양손잡이다. 스와프의 정치학: 달러는 통화이자 통치다 🧰포센은 **“연준 스와프 라인의 정치..

한국의 장기 재정전망은 2065년 국가채무비율이 기준 시나리오에서 156.3%까지, 비관 시나리오에선 173.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국제 연구는 “부채비율에 만국공통 한계선은 없다”는 쪽과 “높은 부채가 성장·변동성을 갉아먹는다”는 쪽이 공존하니, 재정의 문제는 ‘수치’보다 ‘속도·구조·신뢰’의 게임이라는 결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단기엔 2026년 728조 원 확장재정으로 R&D·AI에 베팅하면서 ODA 일부(캄보디아 등) 감액을 병행하는 등 ‘재배치’ 전략이지만, 장기엔 재정준칙·지출규율·성장친화적 투자 분리(골든룰) 없이는 “빚의 체력”이 금리·인구구조 앞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 데이터로 드러난다.26년 예산의 얼굴 😶‍🌫️이 정부 첫 본예산은 총지출 728조 원, 전년..

현금흐름 플랫폼으로서의 준오, 그리고 규제의 가르마 💼💇8천억 원. 숫자는 간단하지만, 행간은 복잡하다. 보도에 따르면 블랙스톤이 준오헤어 경영권 인수 계약을 맺었고, 거래 대상 기업가치는 약 8천억 원 안팎으로 합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1982년생 미용 프랜차이즈의 노하우와 부동산(장부가 약 2천억 원)을 가볍지 않게 엮은 빅딜이다. 표면적으론 헤어케어, 본질적으론 플랫폼·부동산·교육·브랜드·현금흐름의 종합예술이다. 그야말로 “샴푸는 향기, 딜의 본질은 캐시 플로.” 창립자 강윤선 대표는 지분을 일부 넘기되 계속 경영한다. 가족기업의 세대교체를 외주화하는, 한국적이면서 글로벌한 각본이다. ‘가위를 산다’ vs ‘플랫폼을 산다’ 💇‍♀️🔧블랙스톤이 노리는 것은 단지 지점 수가 아니다. 반복 수요..

17년 만의 공석: 누락인가, 전략인가? 🎯한국 정치사에 작은 변곡점이 하나 더해졌다.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소위 불참—겉보기엔 단순한 행정적 변화로 보이지만, 이는 마치 체스에서 퀸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이 결산소위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업무 분장 조정'을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다. 흥미롭게도 김현지 대신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이 출석하게 됐는데, 기존 제도(총무비서관 출석)를 유지하되 인물만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는 전략일 수 있다. 🕵️ '실세' 프레이밍: 누가, 왜, 어떻게?김현지에게 붙은 '실세' 태그는 그 자체로 정치적 무기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

🤝천안문 광장의 정치학: 손바닥 하나가 바꾼 게임의 룰2025년 9월 3일, 천안문 망루 아래 펼쳐진 장면은 그야말로 현대 동북아시아 정치의 축소판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7년 만의 재회—단 몇 초의 악수와 "7년 만에 다시 봅니다"라는 짧은 인사말이 던진 파장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반도 전체를 흔들고 있다. 이 순간의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우리는 먼저 이 만남이 단순한 외교적 예의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메시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김정은이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한 이후, 남북한은 사실상 적대국 관계를 공식화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접촉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한 "필요에 의한 동맹"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마지막 봉인2025년 8월, 이란 의회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소식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세계 질서의 낡은 지반을 뒤흔들었다. 이는 충동적인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2018년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JCPOA) 파기에서 시작되어, 유럽의 '스냅백' 제재 복원 위협으로 정점에 달한 치밀한 체스 게임의 마지막 수다. 이란은 지금, 벼랑 끝에서 "우리를 더 밀어붙이면, 다같이 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르시아의 이 고대 국가는 지금, 50년간 핵무기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아온 인류의 마지막 안전핀—NPT 체제—를 뽑아 들고 있다. 그들이 이 봉인을 푸는 순간, 핵 개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파티의 '아싸': 뜨거운 증시, 차가운 심장2025년 8월 말, 세계 금융시장은 거대한 파티에 취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리스크-러브(Risk-Love)' 지표는 1987년 이래 93퍼센타일에 도달하며 '행복감(euphoria)'의 문턱을 넘어섰다. 낮은 현금 보유량, 잠잠한 변동성, 좁혀진 신용 스프레드, 그리고 투자자들이 겁 없이 '콜옵션'에 베팅하는 모습은 마치 샴페인 코르크가 터지는 소리처럼 월스트리트에 울려 퍼진다. 홍콩,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 파티의 중심에서 춤을 추고 있고 , 인도네시아 같은 일부 국가는 공포에 질려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잔칫집에 기묘한 이방인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연초 대비 +42%라는 경이로운 랠리를 펼치며 세계 ..

세 개의 태양, 엇갈린 궤도: 지정학적 '삼체' 문제2025년의 여름이 저물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분주할 9월을 맞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윌슨(Mark Wilson)이 보낸 메모 한 장은 이 복잡한 정세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다각화하여 증폭하라(Diversify to Amplify)”. 그의 말처럼, 2025년의 세계 경제는 하나의 궤도를 도는 행성계가 아니다. 저마다 다른 중력과 속도로 움직이는 세 개의 태양—미국, 유럽, 중국—이 서로의 궤도를 밀고 당기며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우주와 같다. 미국은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핵융합 에너지로 불타오르며 S&P 500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반면 유럽은 정치적 불안과 재정 긴축이라는 암흑물질에 짓눌려 빛을 잃어가..

종이 왕관 vs. 피의 옥좌2025년, 인공지능(AI)이 인간 지성의 마지막 성역이라 여겨졌던 곳까지 파고들자, 낡은 권위의 상징이던 대학 졸업장은 순식간에 빛바랜 종이 왕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러 기자들이 이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미국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이제 졸업을 논하지 않는다. 그들은 몇 학년 때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 캠퍼스를 떠날지를 경쟁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꺼이 수십억 원을 쥐여주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는 종종 그들의 아버지나 어머니다. 이 풍경은 단지 바다 건너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이는 AI 혁명이 가속하는 새로운 신분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서곡이자, 한국 사회가 강박적으로 매달려온 '성공의 사다리'가 실은 허상이었음을 드러내는 잔인한 폭로다. 미국 엘리트의 자..

2025년 9월 1일, 싱가포르의 공기는 이전과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날부터 전자담배(vape) 액상에 포함된 마취제 성분 '에토미데이트(etomidate)'는 단순한 유해물질이 아닌, 'C급 통제 약물'로 분류된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선, 국가가 개인의 신체에 가하는 가장 원초적인 통제 방식인 태형(caning)과 최대 20년의 징역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준엄한 선언이다. 이 소식은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주한 딜레마를 비추는 날카로운 거울이 된다. 싱가포르의 이번 조치는 '국민 건강'이라는 지상 최대의 선(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리콴유(Lee Kuan Yew)식 해답이다. 이는 '유해성 감소'를 명분으로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 수단으로..

분노의 연금술: 혐오를 표로 바꾸는 두 개의 그림자한국 정치라는 연금술 실험실에서, 지금 두 명의 마법사가 등장해 각자의 플라스크에 '분노'라는 원료를 붓고 있다. 한 명은 '여성혐오'와 '반페미니즘'이라는 촉매제를 사용해 20대 남성들의 소외감을 지지율로 환전하는 데 성공했고 , 다른 한 명은 이제 막 감옥에서 풀려나 '남성혐오'라는 반대편의 서사를 구축해 자신만의 정치적 현자의 돌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준석 현상이 개척한 '혐오의 정치공학'을 조국 전 장관이 거울처럼 반사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이 장면은,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한 위험하고도 미혹한 실험 과정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애초에 조국은 '사회권 선진국'이라는 정책비전을 팔았다. 석방 이후, 이런 고루한 정책 담론은 폐기되고, 그 자리에..

조용한 붕괴와 시끄러운 분노: 중산층의 두 가지 죽음2025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우선'을 외친 우파 포퓰리즘 정당 '참정당'이 제3당으로 약진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들의 깃발 아래 모인 것은 잃어버린 30년의 끝자락에서 생활고에 신음하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이 두 사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는 내면으로 파고든 절망의 자기 파괴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로 투사된 분노의 정치적 의탁이다. 이것은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 뒤편에서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는 한국 중산층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견고했던 물적 토대가 흔들릴 때, 사회는 어떻게 병들어 가는가. 그 절..

"어른 옷을 입은 아이"1996년, 한국이 OECD에 가입하며 '선진국 클럽'의 문턱을 넘었을 때, 희망차게 달려갈 듯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흐른 2025년, 한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S&P 500 지수와의 격차를 벌이며 제자리걸음이다. 골드만삭스의 8월 보고서는 아시아 펀드들이 중국 주식에 대한 배팅을 늘리며 기록적인 순유입을 보이는 동안,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는 부정적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왜 한국을 외면하는가? 그 이유는 기업변호사 천준범이 명쾌하게 지적했듯, 한국 자본시장이 '어른 옷을 입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즉, 주주가 분산된 선진국형 상법이라는 '어른 옷'을, 지배주주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아이' 같은 현실에 억지로 입혀놓은 근본적인 부조화에서 ..

성수동의 한 팝업스토어에서 990원짜리 소금빵이 구워지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빵이 아닐 것이다. 360만 구독자를 거느린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빵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골리앗을 향해 날린 다윗의 돌팔매이자, 한국 자영업 생태계의 심장에 꽂히는 질문. 인플루언서로서의 본인의 영향력을 시험하고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영악한 '일거양득'의 카드다. 그러나 이 영리한 도발은 소비자에게는 해방의 기대를, 수많은 동네 빵집 사장에게는 파산의 악몽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 사건은 단지 빵값 논쟁을 넘어, 인플루언서라는 신흥 권력이 어떻게 시장의 질서를 흔들고 여론을 재편하는지, 그리고 '합리적 소비'라는 대의명분 아래 누구의 지갑이 털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해부도다. 우리는 지금 기 드보르(Guy..

100명의 CEO, 5000만 명의 유저, 그리고 1명의 황제신화 속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밀랍 날개가 녹아 추락했다. 서울남부지법 법정에서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면서, 우리는 판교의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혐의는 단순한 법적 일탈이 아니다. 이는 '100명의 CEO 양성'이라는 야심 찬 비전으로 시작된 디지털 제국이 어떻게 그 정점에서 스스로를 불태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재벌 귀족'을 꿈꾼 한 혁신가의 이야기는 어디로 갈까. 하지만 그 꿈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기름진 토양 위에서, 법과 윤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마키아벨리즘적 속도전으로 쌓아 올린 성이었다. 그 결과, 전 국민의 소..

'이방인'의 성공 신화들숫자는 때로 가장 서늘한 시를 쓴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 20만 2208명, 전체의 4.0%, 한두 반에 한 명 꼴.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아찔한 비탈길 위에서, 지난 10년간 2.5배 불어난 이주배경 학생들은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볼 때 마주해야 하는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표정이다. 우리는 이들을 '다문화 학생'이라 부른다. 따뜻하고 포용적으로 들리는 이 단어는, 그러나 교묘한 언어적 낙인이자 구별짓기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그 이름 아래 우리는 '그들'을 끊임없이 우리 안의 이방인으로서 소환한다. 문제의 본질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라는 편협함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머뭇거리..

자비로운 '게토'의 역설정의를 구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때로 가장 위험한 유혹과 함께 온다. 한동훈이라는 퍼스널 브랜드가 내세운 '한국형 제시카법'은 바로 그런 유혹이다. 아동 성범죄자의 출소 소식에 들끓는 여론의 불안을 잠재우고, 법감정이 요구하는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정치적 묘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특정 집단을 밀어 넣는, 현대판 '향·부곡·소(鄕·部曲·所)'를 설계하려는 차가운 결벽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정책은 단순한 법안을 넘어, 우리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대가로 무엇을 얻고 잃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표와 권력, 그리고 돈의 흐름..

'폰지 스캠'에 대한 진혼곡 우리 모두는 이 거대한 사기극의 공모자다. 혹은, 적어도 방관자다. 대한민국 국민연금이라는, 선의로 포장되었으나 시한폭탄을 품고 태어난 시스템 말이다. 젊은 세대는 이를 "합법적 폰지 사기"라 부르며 냉소하고, 정치인들은 그 분노를 표심으로 환전할 카메라 앵글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노년층은 약속된 권리를 외치고, 그 사이 시스템의 기어는 파국을 향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모되고 있다. 이 아수라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까. 기존의 논쟁판을 뒤엎는, 다소 불편하고 날것 그대로의 청사진을 그려볼 시간이다. 단순한 모수 조정(보험료율 몇 % 인상, 지급개시연령 몇 세 상향 같은)이라는 '연명 치료'에 대한 이야기로는 부족하다. 외과수술, 즉 구조개혁에 대한 이야기..

적의 거울에 비친 아군2025년 늦여름, 대한민국 국회의 심장부인 법제사법위원회. 한쪽에는 '추다르크'라는 별명과 함께 돌아온 거대 여당의 사령관 추미애가, 다른 한쪽에는 궤멸 직전의 야당을 대표해 등판한 '백전노장' 나경원이 앉는다. 이 풍경은 단순한 여야 대치를 넘어, 한국 정치가 구사할 수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위험한 전술, 바로 '체급 매칭(Weight-class Matching)'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는 마치 로마 공화정 시절, 카르타고의 한니발에 맞서기 위해 파비우스를 기용했듯, 강한 적수에게는 그와 가장 닮은 거울 같은 존재를 맞세워 그 힘을 상쇄하고 역이용하려는 정치공학이다. 2016년, 두 사람이 아직 풋풋한(?) 5선과 4선 의원 시절에 나눈 '티타임 토크'는 이 기묘한 매치업의 가능성..

9월 25일"9월 초 정부조직법 개편안 발표, 9월 25일 국회 통과, 내년 1월 시행." 찌라시가 돈다. 국가라는 기계를 멈춰 세운 뒤, 그 심장부의 배선을 송두리째 다시 연결하겠다는 대수술의 시간표가 나왔다. 이 시간표의 핵심은 두 개의 거대한 성채(城砦)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하나는 예산과 정책을 틀어쥐고 '관료 공화국'의 정점에 군림해 온 기획재정부이며, 다른 하나는 수사와 기소권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권력 그 자체가 되었던 검찰이다.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두 조직을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이자 '시대착오적 유산'으로 규정하고, 정권의 힘이 가장 강한 임기 초반에 이들의 성벽을 허물어 권력의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

왕국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영주들바야흐로 'N잡러'의 시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디지털 보헤미안의 꿈을 체화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며, 수십만 팔로워의 환호를 받는 삶. 그러나 이 화려한 무대 뒤편을 들여다본 베른하르트 라이더(Bernhard Rieder) 등의 연구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살아남기」는 이 꿈이 실은 위태로운 신기루에 가깝다고 속삭인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창의성이 만개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거대 플랫폼이라는 절대군주 아래 각자의 영지(채널)를 필사적으로 일구는 디지털 영주들의 생존 투쟁이었다. 이 논문은 크리에이터들의 생존 전략이 유튜브 내부의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데이터로 명확히 보여준다. 그들은 영상 설명란에 ..

'중수청'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두 개의 망령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의 유령이다. 이 유령을 둘러싸고, 지금 여의도와 과천에서는 칼을 든 두 진영이 서로를 겨누고 있다. 한쪽은 ‘윤석열 트라우마’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검찰이라는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하고, 다른 한쪽은 개혁의 실패가 불러올 ‘검찰 수사권 부활’이라는 또 다른 망령을 두려워하며 신중함을 호소한다. 이 팽팽한 대치 속에서 법무부 핵심 관계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고민은, 이 싸움이 단순한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더 나은 국가를 만들려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선한 의지’가 충돌하는 비극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의 "빠르게, 그러나 충분히 숙고하라"는 주문은 마치 델포이 신전의 신탁과도 같다..

알고리즘이라는 왕관을 쓴 '광대'의 시대2024년 12월의 차가운 겨울밤, 대한민국 헌정사에 기록될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그 배후로 극우 유튜버들을 지목했다. 대통령이 이들의 방송을 즐겨보며, 심지어 취임식에 초대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개인적 미디어 소비 습관 문제를 넘어, 우리 시대의 광장이자 전장(戰場)이 된 유튜브가 현실 정치를 어떻게 잠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징후다. 케빈 멍거(Kevin Munger)와 조셉 필립스(Joseph Phillips)는 '유튜브 정치를 위한 공급과 수요 프레임워크(A Supply and Demand Framework for YouTube Politics, 2019.10.)'라는 논문에서 유튜브의 극단주의 ..

공정위가 들어올린 메스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가격 공개 의무화". '깜깜이' 가격과 온갖 추가 비용으로 점철된 웨딩 산업의 민낯을 투명하게 드러내겠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조치다. 이는 분명 한 걸음 진전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과연 수십 년간 곪아 터진 한국 결혼 문화의 종양이 치유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것은 암세포를 도려내는 외과수술이라기보다, 상처 위에 반창고 하나를 덧붙이는 미봉책에 가깝다.문제의 본질은 가격 정보의 비대칭성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결혼이라는 일생의 의례가 어떻게 '사랑의 서약'에서 '계급의 전시장'으로 변질되었는가에 대한, 더 깊고 어두운 이야기다. 공정위가 들이댄 메스는 웨딩 산업의 피부를 겨우 긁어냈을 뿐, 그 ..

콘크리트 묵시록: 예정된 폭풍, 그 전야2025년 가을, 시장은 이미 축포를 쏠 준비를 마쳤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그리고 뒤따를 10월 한국은행의 동조. 이 시그널은 가뭄에 단비가 아니라, 마른 장작더미에 쏟아붓는 기름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가격 상승 기대심리 강화, 구매 여력 개선이라는 '수요 측 3단 로켓'은 점화 대기 중인 반면, 2026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전년 대비 38.7% 급감하며 '공급 절벽'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잘 짜인 각본에 따른 비극의 재연이다. 유동성은 가장 뜨겁고 안전한 자산, 즉 서울의 아파트로 몰려들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던 청년 세대의 등골은 다시 한번 부서질 것이..

돌멩이와 왕관2025년 8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총선 유세 현장. ‘극우 자유지상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이 손을 흔들던 차량 위로 돌멩이와 유리병이 날아들었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긴급히 대피하는 그의 모습은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즉각 “페론주의(후안 페론 대통령의 민족주의 포퓰리즘) 과격파들의 소행”이라며 야권을 겨눴고, 반대편에서는 “부패 스캔들에 분노한 민심의 폭발”이라고 맞받았다. 이것은 단순히 한 나라의 소란스러운 정치 풍경이 아니다. 이것은 구약의 다윗이 골리앗에게 던졌던 돌멩이가 21세기에 어떻게 정치적 비수(匕首)이자, 여론을 움직이는 마법의 돌, 혹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우화다. 정치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