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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본문
1. Little Prince
#두 가지 마침
왜 하필 생텍쥐페리였을까 생각도 든다.
유로화 이전 50프랑에 그의 얼굴, 그가 그린 어린왕자와 '모자'가 프린트되었을 정도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존재의미가 깊다.
작의를 묻는 질문이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갔는데, 마침 낭독 영상이 있었고 듣게 되었다. 꼭 '마침'인 편이다. 2가지 마침이 겹치는 때.
#여우
답을 얻기 위한 듣기였다. 그의 작의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엔 그랬지만 들을수록 목적없이 듣게 됐다.
어떤 의미에서도 아니라, 이입하지 않고, 멀리하지 않고 귀로 들리도록 그냥 두었다.
나는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나기 전까지. 그리고 여우를 만난 후의 이야기부터 깨어있었다.
2. 국립중앙박물관
#풋내
3번 출구와 주차장을 지나쳐 정문 앞 아이와 함께 내리는 엄마를 뒷서거니 내렸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나는 서툰 살풋내가 콧등 사이로 마스크를 넘어 들어왔다.
#거리
신호가 바뀌자마자 U턴하려 가속하는 푸른 용달트럭에서 나는 시선을 떼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일행없는 여자와 행선지가 같아서 어차피 가는 길이 같아 서로 8자로 나는 뒷서거니 옆서거니 걸었으나,
괜한 한 톨의 오해나 불쾌감도 나누고 싶지 않아서 거리를 두면서 도란도란 벤치에 앉아있는 몇 쌍의 사람들을 지나 카페로 갔다.
#눈치
나는 건너편의 긴장감을 느끼면 따라서 어떤 긴장을 하는 편이다. 두 알바 분은 은연히 나의 또래였고, 나는 바로 판단을 하게됐다.
이렇게 또 하나의 남성을 마주한 그 분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미간의 운동, 시선, 눈깜빡임, 손의 동작, 자세와 어조, 어미.. 사무적인 태도로 가리려는 감정선을 두고 나는 이렇게 예민하게 어떤 눈치를 보며 파악하려고 바둥거린 것이다.
#콩 선택권
포인트 번호 버튼 누르기의 실수, 뒤 아저씨들의 주문에는 주지 않은 콩 선택권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기.
카운터에 선 사람은 종종 포인트 적립을 하게 생긴 사람, 커피콩 선택을 중요시하게 생긴 사람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권한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묻는 것이 의미 없는 사람과 묻는 것이 의미 있는 사람을 알아보기 때문일 테다.
(...)
#리코더
커피를 사들고 이전까지 어릴 때부터 자주왔으나 오르지 못했던 그 벽같던 계단을 올랐더니, 미군기지가 눈에 들어왔다.
평일 낮 생경한데 고요한 풍경. 전쟁의 증거, 군사적 영토. 뜬금없이 리코더 부는 아저씨가 그 정적을 깼다. 하필 그 타이밍에 희한하게도.
반 정도 마신 커피를 들고 들어가려다 제지당하고 다시 올랐다.
건물 벽을 살피다 카페 창가가 있어서 좀 당황. 모두 마시고 들어갈 때 어떤 감정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결국 묻지 않았다.
#교환
브루클린 박물관과의 연간 교환전시로 이집트 유물을 덕분에 볼 수 있었다.
몇 사람만이 있었고 매우 한적했는데, 중국과 일본 전시관도 매우 여유로웠다.
오히려 감독하는 직원 한 두명 만이 내부로 들어와서 전시물을 보면서도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눈치였다.
#한결같은 욕망
읽혔던 건 한결같은 욕망이었다.
계급을 구별짓고자하는 욕망.
성선택에서 우월하고자 하는 욕망. 즉 아름다우려는 욕망.
병듦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혹은 그 두려움을 투사한 대상을 쫓으려는 욕망.
늙고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아예 내세로 결과물을 이어보내려 믿음으로나마 달래려는 욕망.
#자기대립
종단적으로 볼 수록 그 이전에 비해 다르고자 하는 욕망이 눈에 보였다. 특히 중국전시.
(+ 어제오늘도 캔톤 페어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캔톤은 지금에서 5~6세기 이전부터 광저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 자기의 전 제작과정을 다루는 20여장의 편첩 영상을 보고 전율이 일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문화적 영향 속에서도 '독립성'을 가졌다는 식의 편집도, 공장식 제작과 궁정식 제작을 대립시키는 생산방식의 전통에 대한 '자기대립'을 해석적으로 내놓은 것도 눈에 띄었다.
(+90년대 버블시기 세계에서 각광받던 일본식 '운영관리'의 뿌리를 덧입히려던 호사가들의 뒷발질 흔적쯤도 된다.)
#박물관과 백화점과 아마존
아름답게 조명에 비춰진 것들은 박물된 욕망들의 편집본이다.
시계열을 따른 국가단위의 Top100, 어떤 장르 단위의 베스트앨범과 유비해볼 수도 있겠다.
전시관에 박물된 욕망은 과거의 재질과 내용으로 편집되어있지만, 지금도 백화점 섹션이나 몇 뼘의 디스플레이에 욕망이 물화된 것들은 전시된다.
욕망을 물질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디자인이라고 정의하면, 그 최전선에 박물관과 백화점과 아마존은 같은 선에 서있다.
3. Dorie clark의 메일.
바르게 하기 vs. 바른 것 하기
#BM You
나는 사람마다 비즈니스모델이 있다고 믿었다.
이 메일을 오늘 밤 열기 전까지는.
바르게 하기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것이 바른 것하기에 뒤따른다는 것을 다시 회상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