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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크고 깊게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가장 빠른 방법.interview

Jin_x 2021. 1. 20. 18:53

‘빅 디퍼’ 신주리 팀장 인터뷰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어떤 일을 하는 회사에요?

신주리(빅 디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하는 회사예요.

빅데이터를 가진 회사와 제휴를 맺어서 분석하는데, 저희는 차별적으로 빅 데이터만 하는 게 아니라

스몰 데이터인 리서치 서베이 등과 함께 연계해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 행동/빅데이터(e. 카드사 판매데이터) + 인식/스몰데이터(e. 서베이, 1:1 / FGD, SNS NLP) 연계해 조사.

리: 최근 했던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신주리: 실은 최근에 했던 공식적인 프로젝트가 없어요. 저희가 만들어진 지 채 1년이 안 된 회사라서요. 일단 저희가 주로 분석하는 데이터는 카드 결제 데이터고요, 이걸 통해서 어떤 사람이 어디서 돈을 쓰는지 물어보지 않고 알 수 있죠. 그런데 ‘무엇을 샀는지?’, ‘왜 샀는지?’ 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보니 다시 서베이를 진행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에게 서베이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저희에게 있거든요. 그것들을 연계해서 분석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봅니다.

 

리: 클라이언트는 어떤 회사죠?

신주리: 주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유통을 하는 회사가 일차적인 클리이언트입니다. 빵집이나 프랜차이즈 음료 회사가 될 수도 있고요.

 

리: 실제 예시를 들어주신다면요?

신주리: “어떤 사람들이 우리 매장에 들어오는가?”를 따질 경우 어느 지역의 매장에 어느 연령대가 주로 방문하는지 확인하는 거죠. 기존에는 모두 서베이로 진행했어요. 1,000-2,000명 조사하고 그랬죠.

 

리: 카드 데이터는 원래 카드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거 아닌가요?

신주리: 그게 그렇게 막 제공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희는 카드회사와 제휴가 되어있어서 제공받는 거죠.

 

리: 예를 들어서 빵집에서 의뢰를 한다, 그러면 분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신주리: 분석 자체는 여러 방식으로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브랜드별로 주 구매층 연령대가 어떻지? 주로 얼마씩 쓰지?’ 이런 걸 궁금해한다고 가정할게요. 기존 방식대로 서베이를 진행할 경우, 설계자가 사전에 질문을 짜서 직접 가서 질문해요. ‘어제 OO에서 얼마어치 사셨어요?’ 그러면 ‘대충 1만 원 정도요’ 이렇게 대답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구매하는 고객의 연령대와 금액을 1년 치 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수 있어요. 1만 2,500원, 7,800원 이렇게 정확한 금액도 알 수 있죠. 그래서 우리 고객은 누구인지 더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죠.

리: 클라이언트가 처음 의뢰할 때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나요?

신주리: 기존 설문을 관리하던 팀이 ‘설문으로는 답답하다. 샘플 사이즈가 문제가 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접근하세요.  보통 인식 데이터/행동 데이터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행동 데이터를 보자고 하면 카드 데이터로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죠. 또 보통 마케팅 쪽에서는 유시지(Usage)를 보니까, U&A 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고요.

 

리: U&A는 뭐에요?

신주리: 유시지(Usage)&애티튜드(Attitude)요. 그러니까 어떻게 사는지, 그걸 왜 사는지, 좋은지, 싫은지 등이죠. U&A를 보고 싶어 하는 팀들은 원래 전략팀에서 인식 데이터를 넘겨받곤 하셨어요. 그런데 이제는 행동 데이터로 볼 수 있으니까 가맹점별로, 동별로 카드 데이터를 확인해서 상권 분석을 할 때 요청하시곤 하죠.

 

 

리: 그러면 처음에 뭘 알고 싶은지 목적의식이 잘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오는 거네요?

신주리: 아직은 초기니까 그런 것 같아요. 빅데이터라는 것 자체가 트렌드가 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동안은 쌓기에 급급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건 근 1~2년밖에 안 됐어요.

 

리: 카드 데이터 외에는 어떤 행동 데이터를 보세요?

신주리: 소셜 리스닝을 보기도 해요. SNS에 올려서 어떤 브랜드에 대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지, 뭐라고 하면서 누르는지 보죠. 크게는 볼륨량을 보고, 그다음에는 감정 분석을 해요.

 

리: 그러면 키워드 위주로 가겠네요. 감정 분석이라는 건 결국 자연어 분석을 하고요?

신주리: 그렇죠. 그런데 저희가 자체 플랫폼을 가진 건 아니고, 필요하면 외부 업체와 제휴를 맺어서 하죠.


리: 일반적으로 분석은 두 축으로 간다고 보면 되나요?

신주리: 그쵸, 저희는 빅데이터와 서베이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죠. 왜냐면 기존 방식인 서베이는 서베이 회사들이 사람들한테 스크리닝 질문을 던지는 형태로 진행돼요. ‘최근에 ○○ 브랜드에 관심이 있었어? 샀어?’ 그렇게 해서 선택된 사람들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그런데 저희는 결제 데이터가 있어요. ‘OO브랜드를 최근 3년 이내에 결제한 사람들’이 누군지를 카드 회사에서 아니까 그분들에게 저희 서베이 링크를 보내는 거죠.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서 조금 다른 식의 서베이도 진행하는 거고요. 그러면 서베이 데이터까지 결제 데이터와 함께 분석할 수 있죠.

 

리: 유사한 형태로 하는 회사는 좀 몇 군데 있지 않아요?

신주리: 대부분의 카드 회사는 할 수 있어요.

 

리: 그러면 어떤 점이 차별화되는 거죠?

신주리: 일단 리서치 전문 인력이 저희 인력 구조 상 더 많아요. 이건 진짜 빅데이터 패러다임하고도 연결이 되는데, 빅데이터가 처음 트렌드가 됐을 때는 IT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관여하셨어요. 그런데 저희는 마케팅 현업이 쓸 수 있는 데이터로 가공하는 작업을 하죠.

 

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신주리: 결제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기만 하면 ‘어디에서 어떻게 누가 소비했는가’라는 단순한 명제들만 나와요. 그런데 저희는 원래 마케팅 리서치를 하던 사람들이 보던 데이터처럼 만드는 거죠. 그냥 ‘20대가 봤다’가 아니라 ‘이 20대가 특정 브랜드의 헤비 유저냐? 라이트 유저냐?’ 이런 식의 뎁스 있는 분석이 가능하죠.

 

리: 예를 들어서 빵집에 들른 이 20대는 어떤 빵을 계속 먹었다든가…

신주리: 이 빵집에 3개월 동안 몇 번 이상 온 사람들은 헤비 유저로 정의하자. 그러면 헤비 유저와 라이트 유저의 입장에서 브랜드 건강도를 분석하는 거죠. 스몰 데이터로 보던 관점을 빅 데이터에 도입하는 거예요.


리: 그러면 분석 이후 리포트를 내줘야 하잖아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신주리: 그 안에는 ‘당신들의 타깃은 누구고, 그 타깃은 어떤 패턴으로 당신의 빵집을 이용하니까 어느 시점에 마케팅을 하고 쿠폰을 날려야 한다, 쿠폰의 내용은 어떤 식이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죠. 소비하는 가격 레인지(range)를 보고 만 원대를 사는 사람이 많은지 큰돈을 쓰는 사람이 많은지에 따라서 20% 쿠폰을 만들지 1,000원짜리 쿠폰을 줄 건지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고요.

 

리: 이 고객이 몇 살인데 한 달에 몇 번 정도 와서 산다, 이런 데이터로 무슨 쿠폰을 발급해야 하는 지가 나올 수 있다고요?

신주리: 그렇죠. 이 고객의 소비패턴이 싼 것만 자주 사는지, 크게 쓰는지에 따라서 그 액수를 결정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그걸 가지고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쿠폰 마케팅을 하니까, 어떤 쿠폰을 보냈을 때 반응이 좋다 까지 같이 검증도 할 수 있죠.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

리: 여기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신주리: 작은 컨설팅 회사에서 시작했어요. 그다음에는 닐슨과 제일기획에 있었고요. 거기서는 서베이 데이터에 주력했어요.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거기에서는 뉴로마케팅과 정성방법론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오만가지 방법론을 다 경험할 수 있었죠.

 

리: 각자 어떻게 다른가요?

신주리: 일단 되게 작은 컨설팅 회사가 첫 회사였는데, 엄청 좋은 경험이었어요. 작은 회사다 보니까 A부터 Z까지 다 했어요. 광고도 조금 하고, 사업 컨설팅도 하고, 브랜드 컨설팅도 하고. 그러다 보니 마케팅의 A부터 Z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었죠.

 

리: 그러면 닐슨으로 옮기고 나서 하셨던 조사는 어떤 것들이었나요? 주로 상품 출시 전에 진행했나요, 아니면 후에 진행했나요?

신주리: 다 했어요. 비저닝(Visioning)부터 상품 기획, 상품 후 테스트, 광고 효과 조사까지 다 하는 거죠.

 

리: 그러면 콘셉트 잡는 초기 단계부터 들어간 건가요?

신주리: 그렇죠. 기획할 때 제일 중요한 건 ‘글로컬라이제이션’이에요. 그 회사들은 정말 단 한 가지 조사를 하기 위해 큰돈을 쓰면서 저희에게 조사를 맡긴 거예요. 그래서 조사 방법론을 한 가지만 쓰지 않았어요. 그 시장을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잘 이해하기 위해서 네다섯 가지 방법론을 한 번에 확 투자해서 이해하고 만들었죠. 그냥 허투루 하지 않았어요.

 

리: 방법은 주로 서베이였나요?

신주리: 아니요. 그때는 서베이보다도 정성방법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갔죠.

 

리: 어떻게요? 좀 예시를 들면?

신주리: 예를 들어 인도 시장에 스마트폰으로 진출한다고 쳐요. 그러면 인도 사람들이 전화를 어떻게 쓰는지, 전화를 살 형편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홈 비지트를 가요. 샵 비지트도 좋아요. 이 사람들이 지금 접하는 제품은 뭐가 있는지, 딜러들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도 다 들어봐요.

 

리: 그런 방법은 매뉴얼이 있는 건가요?

신주리: 매뉴얼이라기보다는, 조사 목적에 맞는 포인트를 보는 거죠. 잘하는 리서처는 그걸 놓치지 않아요. 그런 말 있잖아요. ‘사랑을 글로 배웠어요’ 이런 것처럼, 맥락을 보지 않은 채 말만 듣거나 서베이 결과만 보면 현실과 불일치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만나서 인터뷰하거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하는 등 정성조사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때도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오해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결과를 숫자 만들어요. 서베이는 그때 투입돼요. 단계로 치면 뒤쪽에 들어가는 셈이죠.

 

리: 정성조사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신주리: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이미 닫힌 마음으로 와서, ‘고객들은 그렇게 해봐야 잘 몰라요’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니 정성조사를 하면 일단 소비자 ⓐ말을 있는 그대로 들으려고 해야 해요. 또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고 들어야 하고요. 그런 걸 보지 않고 조사하는 날에만 가서 ‘어디 떠들어 봐’ 이런 상태로 들으면 남는 게 전혀 없죠.


리: 그러면 서베이 전에 꼭 필요한 정보는 어떤 건가요?

신주리: 타깃의 니즈를 알아야죠. 마케팅이라는 게 내 물건을 잘 팔려고 하는 거잖아요. 판매를 위해서는 공략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누구는 싸다고 해야 어필이 되고, 누구는 예쁘다고 해야 어필이 돼요. 그렇게 소비자들의 니즈가 뭔지 보고 듣는 거죠. 그런데 정성조사는 몇 명의 의견밖에 들을 수 없으니, 다수의 생각을 듣기 위해 정량조사를 하는 거죠.

 

리: 정량조사는 주로 어떤 식으로 하나요?

신주리: 출시 전후 단계가 다른데, 후 단계에서 많이 쓰이죠. 말씀드린 것처럼 전 단계에서는 가설을 정량적으로 검증할 때 쓰고,후 단계에서는 브랜드 진단용으로 많이 쓰시죠. ‘우리 브랜드 위치가 어디야?’ 이걸 파악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설문지를 짤 때의 설계가 중요해요. 500명을 할 건지 1,000명을 할 건지. 500명만 할 거면 남자로 구성할 건지, 여자로 구성할 건지. 이것만 잘 짜면 서베이는 크게 문제가 없어요.


리: 설문에서 사람들이 자기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을 확률이 되게 높지 않나요?

신주리: 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마케팅에서는 그럴 이슈가 많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솔직해졌어요.

 

리: 사람들이 솔직해졌다고요?

신주리: 방법론이 솔직해졌다는 쪽이 맞겠죠. 도덕적으로 보이는 답변, 착해 보이는 답변, 돈 좀 있어 보이는 답변을 좋아하던 건 예전에 면접원분께서 페이스 투 페이스로 질문했을 때 이야기예요. 지금은 온라인이니 조금 더 솔직해졌다고 많이 이야기해요. 일단 사람 얼굴을 안 보니까요.

 

리: 호오…

신주리: 또 응답자분들이 조금 더 성실하게 응답하실 수 있도록 중간중간 문항을 겹치게 넣는 로직이 개발되었어요. 건성건성 누르면 안 넘어간다든지…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트릭들이 있죠.


리: 제일기획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신주리: 제일기획에서는 다른 위치에 있었어요. 데이터 서베이를 하긴 했는데, 주 업무는 소비자 트렌드를 만들어서 발신하는 거였어요. 소스로는 제일기획이 몇십 년간 운영해 온 서베이 데이터를 썼고요.

 

리: 그 데이터가 얼마나 컸는데요? ‘올해의 제품’ 이런 거였나요?

신주리: 네. 제일기획에서 돈을 많이 투자해서 매년 3,800명 되는 사람에게 설문했어요. 설문지만 책 4권 두께였죠. 그게 오랫동안 DB로 쌓여 있었어요. 저는 그걸 가지고 트렌드 분석을 하고, 리포트를 내고, 기사를 만들었죠. 하지만 빅데이터 기반으로 조사와 분석이 전환되는 시점이었어요. ‘예전에는 서베이로 묻던 걸 다른 식의 빅데이터화 된 데이터로 대체하겠습니다’라로 바뀐거죠.  그래서 제가 있던 조직명 자체도 바뀌었어요. 원래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이던 곳이 이제 ‘DNA 센터’로 바뀌었어요. 제 업무도 기존에 리서치로 봤던 소비자 데이터를 온라인을 바꾸는 거였죠. 거기서는 카드 데이터와 또 다른 데이터를 썼는데, 온라인 로그 데이터였어요.

 

리: 그런데 로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거짓이 없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왜 추가로 서베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신주리: 왜냐면 아직 그 데이터가 주는 정보가 적어요.

 

리: 3,000명의 패널이 적다고요?

신주리: 패널 사이즈가 작다기보다는, 그 로그 데이터가 주는 정보가 적어요. 예를 들면 카드 데이터도 결제와 소비 자체는 알 수 있는데, 그 데이터를 받아보면 막상 마케팅하는 입장에서는 묻는 거예요. “누가 얼마 샀는지는 알겠어. 근데 왜 좋아하는데?” 이렇게요. 그 사람들이 묻고 싶은 건 100개가 넘어가요. 서베이에서는 그런 걸 다 물어볼 수 있어요. 그런데 로그 데이터가 주는 정보는 2~3개 정도인 거죠. 특히 온라인 로그 데이터는 온라인에서의 행태만 볼 수 있어요. 한계가 있는 거죠.

 

리: 오프라인에서 사는 경우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신주리: 그런 면도 있고, 온라인에서 사는 것도 정확히는 놓치는 거죠. URL만으로는 장바구니에 뭘 담았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같이 쓰던 게 소셜 데이터인데, 소셜도 한계점이 있죠.


리: 소셜 데이터에서 제대로 수집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인가요? 

신주리: 제대로 수집할 수 있는 건 아까 말씀드렸던 일종의 IDI(In-Depth Interview, 1:1 대면조사)나 FGD(Focus Group Discussion)예요. 정말 이 안경에 대해서 뭐라고 떠드는지를 들을 수 있죠. 저희가 중요하게 보는 건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발적 소비자 언어예요. 소셜 데이터의 뚜렷한 장점이죠.

 

리: 어떤 제품이 많이 이야기된다, 이런 건가요?

신주리: 그쵸. 이 제품은 디자인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주 말한다, 가격에 대해서 자주 말한다 이런 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시즌성 이슈가 될 수도 있죠. 입학 시즌에는 뭐가 나온다든지.

 


리: 그렇게 제일기획에서 일하셨군요. 그런데 왜 또 닐슨으로 돌아갔어요?

신주리: 제일기획에서 빅데이터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보다 다양한 업종의 더 많은 데이터를 조합해 마케팅 전략을 짜보고 싶었어요. 닐슨의 장점 중 하나는 각각 다른 종류의 빅 데이터 두 개를 다룬다는 거예요. 하나는 시청률 같은 미디어 데이터, 온라인 로그 데이터가 있고 또 하나는 포스(POS) 데이터라는 게 있어요.

리: 계산대의 포스(POS)기 말씀하시는 건가요?

신주리: 맞아요. 마트에서 결제하는 거요. 닉슨에도 라면 유통량 이런 게 몇십 년 쌓인 데이터가 있어요. 마케팅은 단순한 게 ‘내가 어떻게 전달했을 때 매출이 얼마나 나왔냐’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그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곳은 닐슨이에요. 그래서 그걸 해보고 싶다고 다시 돌아왔죠.


리: 돌아가서는 뭐 했어요?

신주리: 요즘 온-오프라인 연계하는 옴니채널 / CDJ(Consumer Decision Journey)를 파악하거나 / 샤퍼(Shopper) 등을 트래킹해서 분석하는 업무를 했어요.

 

리: 샤퍼가 뭐에요…?

신주리: 그러니까 기존의 컨슈머가 구입하려는 단계가 되면 ‘샤퍼’가 되는 거예요. 그때는 백화점 동선 등을 파악하죠.

 

리: 그런 건 어떻게 파악해요? CCTV로 보나요?

신주리: 그렇죠. 예전에는 정보원분들이 숨어서 직접 눈으로 파악했는데, 이제는 비콘이나 CCTV로도 하고요. 저는 안 해봤는데, 요새는 안면인식으로도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리: 골 때리는 게, 온라인이면 늘어난 판매량을 파악하기 쉬울 것 같아요. 그런데 오프라인은 뭐 때문에 판매량이 늘었는지 밝히기 어렵잖아요?

신주리: 그래서 출구조사를 해요.

 

리: … 할 수 있는 건 진짜 다 하네요.

신주리: (웃음) 네. 정말 이슈 하나를 위해서 여러 방법론이 무시무시하게 붙죠. 심리학의 측정방법론, 데이터 수집방법론 등이 다 붙어요. 예전에는 진짜 말 그대로 출구조사를 했어요. 출구 앞에서 정보원분들이 “저기 죄송한데요, 사셨죠? 얼마 주고 사셨어요? 왜 오셨어요? 언제부터 고민하셨어요?” 이걸 물어본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한계가 있어요. 5분 이상 질문하면 화를 내거든요. 그래서 방법이 또 발달했어요. 이제는 다이어리를 쓰게 해요. 살 만한 사람들을 리쿠르팅해서 1주일 동안 일기를 쓰게 해요. 그동안 살펴본 제품들 다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하고.

 

 

리: 사업이 클 때는 여러 방법을 쓸수록 정교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업 사이즈가 작으면 자원의 한계도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방법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접근하나요?

신주리: 조사 방법론을 설계할 때 제일 중요한 게 예산Due Date에요. 투자할 수 있는 돈과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가, 이거죠. 그런데 그 목적을 두루뭉술하게 잡고 오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리: 예를 들어서 매출 증대라든지, 어떤 상품의 판매 증대라든지요?

신주리: 네. 그 ‘매출 증대’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잡아야 해요. 그런데 보통 어떻게 오시냐면 ‘그냥 고객 조사 좀 한 번 하려고요.’ 이렇게 와요. 그러면 ‘왜 하시는데요?’ 하죠. 제품 조사도 그냥 하면 안 돼요. 막상 조사해 보니 소비자들이 문제점으로 디자인을 꼽아요. 그런데 디자인은 해당 회사의 내부 상황 상 절대 못 건드리는 영역이에요. 그러면 그걸 들어봐야 소용이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목적과 예산을 딱 맞춰 오시면,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 설계를 하느냐의 문제는 저희 몫이죠.

 


결국 노력과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마케팅

리: 예를 들어서 한 카페가 있어요. 카페 사장님이 매출을 올리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주리: 일단 가게 앞의 유동인구를 체크하셔야 해요. 그다음에는 날짜별로, 시간대별로 몇 명이 들어오는지 확인하셔야 해요. 또 그분들이 여기서 마시고 가셨는지, 테이크아웃 하셨는지, / 누구랑 먹는지, 혼자 먹는지, / 음료만 마시는지, 빵도 먹는지 다 확인해야죠.

 

리: 오프라인은 그렇게 다른 가게를 눈으로 확인한다 치는데,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의 판매량을 파악하기 힘들잖아요?

신주리: 닐슨 등에서 로그 데이터를 팔아요. 그걸 보셔야죠. ‘나의 경쟁 사이트는 사람들이 몇 시쯤에 많이 들어오고, 누가 많이 들어오고’ 이런 데이터를 제공해요. 그 내용으로 내가 가진 데이터와 비교해야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조사하셔야 해요.

 

리: 패널 사이즈가 나오나요?

신주리: 통계적 작업을 거쳐 인구 비중을 맞추는 등 전수조사처럼 보이는 작업을 하니까요. 저도 가끔 의심이 들어요. “1천 명 했는데 정말 맞아?” 그런데 진짜로 통계는 통계예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리: 온라인 쪽 클라이언트도 많나요?

신주리: 있죠. 예전에 샤퍼를 로그 추적한 적이 있어요. 그러면 “이 대형 쇼핑몰에는 왜 왔지?”, “이 고객들이 봤을 때 여기랑 저기는 무슨 차이가 있지?”, 여긴 왜 가고 저긴 왜 가지?” 같은 분석을 하죠.

 

리: 어떻게 분석하셨어요?

신주리: 똑같이 로그를 보기도 하고요. 인위적이라고는 하지만 의도해서 이용해보라고도 해요. 여기서 사고 싶은 걸 사게 하고, 검색어 뭐 넣었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해요. “너 왜 이걸 사려고 했니?” 이렇게요. 또 아이트레킹도 진행해요.


리: 정말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노가다가 있고, 그 노가다는 나름의 의미가 있군요…

신주리: 보고서는 진짜 노가다죠… 근데 주니어 레벨과 시니어 레벨의 차이는 분명해요. 주니어는 1번부터 100번까지의 모든 문항을 보고서로 만들려고 해요. 우리끼리는 ‘데이터 깐다’고 하는데, 정말로 데이터를 좍 깔아요. 하지만 의사결정에 필요한 건 모든 데이터가 아니라 핵심 데이터예요. 필요 없는 정보를 쳐내서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하죠. 클라이언트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면서 진행해야 해요.

 

리: 싸게 할 수 있는 그런 팁은 어떤 게 있을까요?

신주리: 일단 작은 회사면 정성조사를 잘하는, 그러니까 FGD나 IDI 이런 걸 잘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리: 그러면 어떤 고객을 인터뷰해야 하는 걸까요?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해야 하는 건가요?

신주리: 그렇죠. 아까 말씀드렸던 헤비 유저, 미디움 유저, 라이트 유저를 일부러 섞기도 해요. 아니면 우리 브랜드 좋아하는 사람과 다른 브랜드 좋아하는 사람을 일부러 섞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성조사할 때 둘을 붙여놔요. 의견을 나누게 하는 거죠. 나는 왜 좋고, 너는 왜 싫고 이런 걸 이야기하게요.


리: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리서치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일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주리: 일단은 리서치 회사에 가는 거죠.

 

리: 리서치 회사는 보통 너무 크지 않아요?

신주리: 아뇨, 얼마나 많은데요. 큰 데도 있지만 부티크 리서치 회사도 많아요. 너덧 명 규모의 회사도 있고, 아주 작게는 1인 회사도 있고요.

 

리: 1인은 좀 대단하네요.

신주리: 리서치회사도 업무 영역이 좀 세분화되어 있어서 거기에 특화된 회사가 많아요. 서베이를 위한 사람만 모아놓은 회사도 있고요, 온라인 실사만 하는 회사도 있고요.


리: 최근에 모바일 기반 서베이 회사들이 많이 뜨는데 그런 곳이 저렴하잖아요? 쓸만하다고 보세요?

신주리: 마케터가 조사 목적만 제대로 알고 이슈만 명확하게 한다면요. 설문은 자기가 짜야 하니까요. 물론 설문을 짜는 스킬은 따로 있기 때문에 그건 알고 있어야 하죠.

 

리: 어떻게 공부하면 되나요?

신주리: 그건 어렵죠…

 

리: 그러면 웬만하면 맡겨라?

신주리: 제가 이 업을 하는 이유기도 한데, 사람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해요. 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해요. 자기 의도대로 따라오게 하면 안 돼요. 제일 나쁜 설문지, 제일 나쁜 정성조사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가 이미 닫혀있거나, 답이 있거나 하는 경우죠.

 

리: 그러면 설문을 짜는 게 굉장히 어렵네요…? 자기 일이니까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잖아요.

신주리: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성해야 해요. 제일 민감한 질문은 뒤로 뺀다거나, 거시적인 것부터 물어본다든가, 과거부터 현재 순서로 물어본다든가, 또 반대의 방식이 나을 때도 있고요. 다른 질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피해야 해요.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죠.

 

리: 예를 들어 ‘무척 피곤한데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모두 양보할 것이라 대답하겠죠. 하지만 ‘노인과 어린애 중 누구에게 양보할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답이 덜 유도되겠죠. 이런 장치를 계속 넣으라는 건가요?

신주리: 그렇죠. 워딩이 중요하고, 순서와 말투도 중요하죠.

 

리: 말투요? 반말, 존댓말까지 신경 써야 하나요?

신주리: 그것도 신경 써야죠. 그리고 ‘반드시’’ ‘~~만’ 이런 단어의 쓰임도 중요해요.

 

리: 그런 건 넣으면 안 되는 건가요?

신주리: 넣어야 할 때고 아닐 때도 있어요. 판단해서 해야죠. 예를 들어 브랜드 선호도를 물어봐요. 나는 이 브랜드를 반드시 살 것이다, 이럴 때는 ‘항상 좋다’를 써야죠. 반대로 ‘반드시 살 것입니까?’라는 질문에서는 ‘반드시’라는 키워드가 문제가 돼요.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리: 복잡하네요…

신주리: 그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해요. 설문지 만들라고 주니어들에게 시키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 말투가 나오거든요. 그런 것도 조심해야 하는 거죠.

 

리: 그러면 한 번 만든 다음 주변 사람들한테 돌려보는 건 도움이 되나요?

신주리: 일단 저는 본인 먼저 해보라고 해요. 내가 쓴 걸 내가 읽어보고 남에게 줘야죠. 저는 초등학교 나온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쓰라고 해요. 저희가 조사하고 싶은 대상은 ‘모든 분’이잖아요. 그만큼 쉽게 써야죠.

 

리: 고민하는 만큼 좋은 서베이가 나오겠네요.

신주리: 그래서 리서치 업계가 3D업종이죠.


리: 그에 비하면 차라리 카드 데이터 분석은 쉬운 편에 속하나요?

신주리: 빅 데이터의 문제는 클리닝이에요. 제가 원하는 대로 무한히 가공해야 해요. 카드 데이터는 원래 만들어진 대로 있지 제가 분석하고 싶은 대로 되어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또 다르죠.

 

리: 그런데 카드 데이터는 모두 정량적이잖아요? 시간, 결제액, 상호, 연령, 성별 등등.

신주리: 그렇게 보면 그 가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의 결과변수라는 거죠. 매출, 그게 중요한 거죠.

 

리: 크게 분석하고 피드백하는 작업에는 대단히 쓸만하다는 거네요?

신주리: 마케팅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에는 꼭 있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광고는 ‘매출이 얼마 나왔냐’는 게 제일 중요해요. 미디어 마케팅 부서에서 ‘내가 페이스북에 광고할 거야, 어디에 돈을 더 넣었을 때 매출이 10% 더 올라’라고 말하고 싶은데이게 매출 데이터가 없으니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너 바나나우유 샀어? TV 광고 보고 왔어, 라디오 광고 듣고 왔어? 체크해. 이렇게 결과를 확인했던 것이죠.

 

리: 확실히 오프라인이 복잡하네요. 온라인 데이터 하는 사람들은 그냥 내부 데이터만 본다고 하더라고요.

신주리: 그렇죠. 어디서 들어왔는지 URL 확인하고 시간대 확인하고 전환율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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